본문 바로가기
문화예술소식

Hearts in Atlantis 마술이 우리 주위를 맴도는 때가 더러 있어

by 진 란 2009. 4. 2.

[한겨레] <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 (스티븐 킹 지음, 최수민 옮김, 문학세계사 펴냄)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 는 스티븐 킹의 수많은 소설 중에 가장 덜 무섭고, 슬프고, 산만한 소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썼기 때문이다. 한 마을에 살았던 소년과 소녀. 이들의 앞날엔 지구의 절반을 바꿔버린 68혁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베트남전의 소용돌이를 뚫고,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법을 힘들게 배운 소년과 소녀는 대머리와 백발이 되어서 어느 조용한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게 한 기이한 사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40년은 긴 세월이다. 사람들이 자라서 늙고 어린 시절을 까맣게 묻어버리고도 남을 세월이다. 그러나 아이들아, 마술이 우리 주위를 맴도는 때가 있단다. 그것이 너희를 만나게 해줄지도 모른단다.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Hearts in Atlantis)

스티븐 킹(Stephen King)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루 하루 나이를 먹어갈 수록 지난날의 추억은 아련하게 가슴 속에 더욱 깊이 자리잡는 것 같다.
10년 전에 찾은 모교(초등학교)에서 느낀 감정과 요즘에 느끼는 감정이 너무나 틀리다는 걸 며칠 전에 깨달았다.
10년 전에는 '예전에 여기서 이렇게 뛰어다니며 놀고 철봉에 메달리고...' 그냥 옛 생각하며 산책하듯 거닐다 왔
지만 얼마전 모교를 찾을때는 그냥 운동장 벤치에 앉아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왠지 모를 슬픔이 끌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슬픔이라고 해야 하나?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들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지난간 것들은 아름답다.

글쎄..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사실 너무나 힘들었던 고교시절...365일 계속되는 야간자습에 오르지 않는 성적 그리고 짝사랑하던 여고생
실수로 찍혀버린 담임선생님...여러가지로 힘들었던 그 때지만 지금은 너무나 아름답다.
실연에 일주일동안 침대에 누워 펑펑울던 외롭다고 너무 보고싶다고 동네방네 하소연하던 철없던 시절
지금은 친구와 호프집에서 맥주한잔 시켜 놓고 나눌 소소한 얘기거리이다.
온갖 추악하고 괴로웠던 과거들도 세월의 바람에 순화되 결국엔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가끔가다가 과거에 뭔가 창피하고 엉뚱한 짓을 한게 생각이 나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게지고 창피해 지기도
한다. 이런 기억은 솔직히 깨끗하게 지우고 싶다......

우리들은 종종 이런 얘기를 한다.

"그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과연 그 시절로 돌아가면 행복해질까?
지금보다 더 힘들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을 더욱 더 갈망한다. 돈이 그렇고 돈보다 더 소중한 시간이 그렇다.
지나간 과거를 잊어버리고 현실에 충실하자고 처세술의 달인들이 열변을 토하지만 어찌됐건 추억이란 우리
모두에게 아름답게 기억되는 마음 깊은 곳의 감성의 선물이다.


60년대는 우리 모두의 추억

이 책의 주된 배경은 월남전이 한창인 60년대 중후반이다.
물론 난 60년대를 경험해 보지도 못했고 70년대가 끝나기 며칠 전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에 대한 아무런 추억도
갖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내가 갖지 못한 아니 영원히 가질 수 없는 60년대라는 그 낭만의 시대에 아쉬움이란
걸 갖고 있는 것 같다. (이 부분은 나중에 음악관련해서 따로 쓰고 싶다.)

스티븐 킹
스티븐 킹 ( Stephen King )

아마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닐까 싶다.
소설책엔 별로 손이 잘 안가는 나조차도 이 분의 책은 10권 넘게 읽었으니..
샤이닝(Shining) 미저리(Misery) 와 같은 공포스릴러의 대가이신 이 분이 다분히 서정적이며 시대적인 책을
집필했다니 조금 놀라웠다.
어쨌든 이 시대 최고의 글재주꾼이니 이런 쪽 이야기에도 대단한 실력을 발휘해 주신다.
이 책은 스티븐킹의 개인적인 경험을 주인공 바비 또는 피트에게 대입하여 서술해 나가는 형식이다.
물론 가상의 인물들과 비현실적인 캐릭터들도 잠깐 나오지만 어디까지나 스티븐킹의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eace Logo 혹은 CND)


이 책의 첫 장인 '노란코트를 입은 험악한 사나이들'도 이 책의 전개에 중요하지만
역시 내가 이 2권짜리 책을 바쁜 시간을 쪼개 3일만에 완독하게 만든건 제목과 같은
2장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이다.
주인공의 대학시절을 너무나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2장을 읽으며 내 대학시절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멋도 모르게 공대를 가게 되서 도서관에서 레포트쓰느라 허비한 대학시절이라 누구에게 자랑할 것도 별로 없다.
어쨌든 주인공은 대학교 내의 불량생 그룹에 어울려 카드놀이에 빠져있고 점차 학교에는 반전운동의 기운이
스며든다. 그리고 절름발이 '립립'의 자켓 뒤에 그려진 평화의 로고.
일부 XX쟁이들은 사탄의 표식이라고 저주를 퍼붓지만 참새 발자국 모양의 마크는 CND(Campaign for Nuclear
Disarmament)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장애를 가진 학생이 세상에 대한 분노를 반전운동에 표현하는 것이
그렇게 정당해 보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지 멀쩡한 사람들이 카드놀이에 빠져 세상 반대편에서 서로가 서로를
죽이며 더 많이 죽이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는 것을 모른채 하는 것은 더욱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베트남이 미국사회에 남긴 오명과 개개인에게 안겨준 씻을 수 없는 상처들을 이 책의 후반부에서 너무나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전쟁하면 어려운 시절에 많은 외화벌이를 해준...미군보다 더 악랄하고 무섭게 베트콩들을 사살하고
베트콩들이 한국군이라는 소리만 들으면 벌벌 떨었다는 그런 전쟁무용담이나 들려주는...
그래서 미국과
베트남과의 전쟁에 한 발자국 벗어나 방관자의 입장에 서서 몰래 영웅화하면서 정작 참전군인들
이 고엽제나 다른 후유증으로 힘들어 할때 방관만 하는 이 나라는 어떤가...

전쟁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설리반, 전쟁의 아픈 기억을 빌미로 사기를 치는 윌리와 같이 주변 인물들의
묘사에도 한 章을 할애한 만큼 단편으로 발표한 작품들을 엮어 만들었다는 걸 짐작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짜임새가 어설프거나 흐름을 방해하는 그런 허접함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이 책을 읽은 뒤 스티븐킹을 "스릴러의 대가"에서 "감정이입의 대가"라고 표현하고 싶어졌다.

 

 

마술이 우리 주위를 맴도는 때가 더러 있어

 


지난 2000년 3월 14일 인터넷 온라인상으로만 발표된 중편『총알 올라타기(Riding The Bullet)』는 전자책으로 인터넷에 뜨자마자 약 2백만 명의 독자들이 접속, 주문이 폭주해 몇 시간 만에 관련 사이트 자체가 마비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이 작품의 인터넷 발매를 맡은 다섯 군데 인터넷 웹 사이트들이 한때 초당 2.5건의 다운로드 주문이 들어왔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고 작가 스티븐 킹의 폭발적인 인기를 보도했다.『총알 올라타기』바로 직전에 종이책으로 출판되어 곧바로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스티븐 킹의 최신작 장편소설『내 영혼의 아틀란티스』가 문학세계사에서 출간되었다.

스티븐 킹의 최신작 장편소설『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는 다섯 편의 연작소설로서 다섯 편의 이야기들이 정교하게 서로 맞물려 있다. 이 소설 역시 블랙홀처럼 빨려드는 강한 흡인력과 마력을 가지고 있으며, 숨막힐 정도로 치밀하고 섬세하다. 스티븐 킹 특유의 환상적인 공포소설 문체로 격동의 1960년대, 소년기의 환상적인 성장소설을 거쳐 히피풍조와 월남전쟁의 시대에 성년이 된 세대에 초점을 맞추어, 마침내 미래가 당도했을 때의 그들의 모습까지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다. 이 소설은 초과학적인 공포뿐 아니라 치밀한 문학적 감성까지 담겨 있어 스티븐 킹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스티븐 킹 특유의 환상적인 공포소설 문체가 독자들을 잠시도 한눈팔지 못하게 만드는『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는 1960년에서 1999년까지의 미국을 무대로 한 다섯 편의 연작 소설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노란 코트를 입은 험악한 사나이들>은 5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서, 환상과 공포가 현란하게 어우러진, 그 핵심에서 사랑의 힘이 가슴 절절히 느껴지는 한편의 환상적인 성장소설이다. 11살짜리 소년 바비 가필드는 그가 사는 아파트의 3층에 세를 얻어 들어온 수수께끼의 노인과 여름 한철 동안 우정을 맺는다. 그 여름에 그가 노인으로부터 배운 것으로 말미암아서 그는 가장 친한 친구 설리 존, 풋내 나는 여자친구 캐롤 거버로부터 멀어지고, 이 세상으로부터도 영영 멀어진다. 이제는 스티븐 킹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현실적이고도 인정 많은 유형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스티븐 킹의 이전 작품들을 두루 읽은 독자들이라면 더욱 이해가 빠를 듯싶은, 매우 독창적인 장치들을 통해서 얘기를 풀어나간다. 가령 그는 길바닥에 그려진 아이들의 돌차기놀이 그림조차도 무시무시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등, 도시의 평범한 풍물들도 그 기원에는 어떤 환상과 공포가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꾸며낸다.

이 책의 타이틀 스토리인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도 앞의 작품에 못지않은 수작이다. 월남전쟁이 비등해 감에 따라서 반전주의와 사회의식에 눈을 뜨고, 또 한편으로는 기숙사 동료들의 집단적 의식에 속절없이 휘말려들어감으로써 인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대학 신입생 피트 라일리의 입을 통해서 얘기되는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는 그야말로 본류 소설의 영역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낙제를 당하여 머지않아 징집영장을 받도록 만들어버리는 끝없는 카드게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피트는 한편으로는 그가 이제까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왔던 생각들과 세계관이 그같은 격동의 시대에는 반드시 그대로 통용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바비의 옛 여자친구 캐롤 거버를 통해서 피트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이 열린다. 이제 막 싹트는 평화운동단체의 회원인 그녀에게 피트는 깊이 빠져든다.

60년대와 더불어서 캐롤 거버가 이 책의 5편의 작품들을 연결해주는 끈이다. 과거에 속박당한 채 이중 혹은 삼중의 삶을 살아가는 뉴욕 중심가의 가짜 장님 남자의 희극적인 이야기 <장님 윌리>에서는 그녀가 등장하지 않지만, 여기서도 얘기의 정점에는 그녀가 있다. 바비 가필드의 어릴 적 친구 설리 존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은 그 전쟁을 1999년의 시점에서 되돌아보는 <우리는 왜 월남에 갔던가>에서도 그녀가 얘기의 중심에 놓여 있다. 마지막이며 가장 짧은 이야기인 <밤의 거룩한 장막이 내리고>는 독자를 한편으로는 만족시키고 또 한편으로는 견딜 수 없이 슬프게 해주는 방식으로 모든 얘기들을 하나로 아우르고 있다.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를 구성하고 있는 5편의 작품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을 뿐만이 아니라 스티븐 킹의 다른 작품들과도 관련이 있다. 환상소설에 관한 한은 저 포크너에도 뒤지지 않겠다고 작정을 하고 쓴 듯한 이 강력한 작품에서 스티븐 킹은 그의 이전 작품들의 소재들을 한데 모아서 거대한 한 편의 신화를 만들어 놓았다.

 


책리뷰
1.특히 노란코트를 입은 험악한 사나이들에 대하여
 스티븐 킹의 소설은 대부분 한번 들면 손에 놓을수 없을 정도로 흡인력이 있지만,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상권에 걸쳐 나오는 이 이야기는 밤을 새 가면서 다 보았던 작품이다.

불신과 의심으로 시작하는 새로 이사온 옆집 아저씨와의 관계가, 노인의 위험을 알면서도 경고해주지 못하는 이기심어린 강한 우정으로 발전하는 과정은,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해버리는 주인공의 모습과 함께 아주 잘 표현되어 있다.

게다가, 마지막 부분에, 스티븐 킹의 필생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다크타워 시리즈와의 짧은 교차는 스티븐킹의 소설을 탐독하는 팬이라면, 그 몇문장에서 짜릿한 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2.책장을 덮고 싶지 않다.
하루 정도는 마지막 장을 펼쳐둔 채, 머리 속으로 책의 내용을 복기하면서
멍하게, 그냥 그렇게 앉아 있고 싶다.

짧은 소감은 그렇습니다.

쟝 콕도가 말했던가요? 리메이크되지 않는 고전은 생명이 길지 않다고.
스티븐 킹의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는 어쩌면, 이전에 나왔던 수많은 월남전 영화와 소설들 덕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요한 반성. 우리에겐 그 모든 걸 바꿀 기회가 있었어. 하지만 우린 콘도 회원권이나 주식 따위에 만족해 버렸지.우리가 미래를 팔아먹은 대가가 뭔지 알아? 영영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버린 거야.

미국의 힘은, 스텔스기나 전방위미사일 체계 따위가 아니라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같은 '고전'에서 나오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담컨데, 대중의 머리 속에서 끊임없이 리메이크될, 그 집요한 반성과 새 출발에서.


지은이 스티븐 킹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전세계 33개국 언어로 출판되어 1억권 이상 팔린 작가이다. 그는 1974년에『캐리』를 발표한 이래로 초베스트셀러 작가의 위치에서 한번도 물러난 적이 없이 현재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굳이 소개할 필요도 없는 작가이다. 12살 때부터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기 시작하여 19살에 첫 작품을 발표한 스티븐 킹은 지금까지 서른여섯 권의 소설을 써냈으며 그 모두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고, 다수가 영화화되었다. 1996년 그는 조이스 캐롤 오츠를 포함한 다수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물리치고「검은 양복의 사나이」라는 작품으로 오헨리상 1등상을 받았다. 그외에도『샤이닝』,『미저리』,『 쇼생크 탈출』,『돌로레스 클레이본』,『스탠 바이 미』그리고 가장 최근에 영화화되어 한국에도 소개가 된『그린 마일』등의 작품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스티븐 킹의 신작 소설이 나오면 미국의 주간 베스트셀러 차트에는 2, 3주 동안 1위에 오른 후 곧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빠져버린다고 하는데, 그것은 그 2, 3주 내에 밀리언셀러가 되어 그후에는 더 이상 사볼 사람이 없게 되는 때문이라고 하니, 그의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