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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넓고 뚱뚱한 발도 늘씬 매끈 변신

by 진 란 2009. 3. 28.

과감한 디자인과 함께 발에 맞는 편안함으로 시장 넓혀가고 있는 수제화의 매력

< 우리 결혼했어요 > (문화방송)에서 서인영이 수십 켤레의 구두를 향해 "나의 아가들~"이라고 부를 때 리얼리티 지수가 순간 상승했던 것처럼, 구두의 매력에 빠진 이들을 주변에서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킬힐, 글래디에이터처럼 '걸어다니는 조각'(walking sculpture), '하늘 아래 건축'이라고 불리는 극단적이고 화려한 구두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최근엔 더욱 그렇다.

구두를 비롯한 패션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구두 브랜드가 다양해질수록 자신에게 '맞춤'인 신발을 선택하려는 소비자들의 열망도 커진다. 미국 시트콤 < 섹스 앤 더 시티 > 의 슈즈홀릭 캐리가 자신의 구두 사랑을 허영이나 사치가 아닌, "여성들의 구두 선택권 쟁취"와 연결시켰던 것처럼 말이다. 이는 유명 스타나 모델들이 신어서 유명해진 신발을 선망하는 것과는 다르다. '나의 구두'를 찾으려는 관심이 증가한 이유에서다.

개인 숍에서 백화점, 홈쇼핑까지 진출

'나의 구두'를 찾는다는 건 양발의 정확한 치수를 포함해, 나에게 최적화된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찾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수제화에 대한 호기심이 늘어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흔치 않은 독특한 구두를 찾았다는 만족감과 내 발에 잘 맞는 신발을 오래 잘 신을 수 있다는 실용성도 갖췄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부터 삼청동·청담동을 중심으로 늘어난 고급 수제화 가게는 2~3년 전부터 주요 백화점 매장까지 진출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최근엔 고급 디자이너 수제화 브랜드 외에도 옥션·지마켓 등에서 다양한 수제화 브랜드를 파는가 하면 홈쇼핑 판매도 호황이다. 사실 완벽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보기 어려운 수제화도 많지만 고급 이미지, 정성 들여 만든 제품이라는 인식으로 다소 비싼 값인데도 각광을 받고 있다.

사전적으로 '손으로 만든' 신발을 뜻하는 수제화는 소비자와 디자이너가 어떻게 관계하느냐에 따라 그 정의도 달라진다. 1979년 명동에서 수제화 가게를 시작한 '호세반'의 호세웅 사장은 "최근 수제화 브랜드가 급격히 늘었지만, 지금 환갑 넘은 구두 장인들이 창창했던 시절에도 손님들의 맞춤형 주문에 의한 구두 디자인의 질이 높았다"고 말했다. '슈즈박'의 박대섭 대표도 "수제화는 기성화에 비해 최고급 가죽을 사용한다는 장점뿐 아니라, 고객의 정확한 발 치수를 다시 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주인 한 사람을 위해 만드는 구두 장인의 태도가 깃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성화 브랜드나 보세 신발의 대량생산과는 차이를 둔 수제화는 특히 디자이너의 이름을 내건 수제화 브랜드인 경우 단연 유행에서 앞서 간다. 근래 수제화 숍에선 11.5㎝의 블랙, 화이트 글래디에이터가 최고의 인기를 끈다. "값이 비싸긴 해도, 과감한 디자인일수록 수제화를 신을 때 자신의 발에 맞게 오래 신을 수 있다"는 게 수제화 제작자들의 주장이다.

또 킬힐, 오픈토, 에나멜 굽, 플랫폼 등 유행하는 트렌드를 다시 한 번 변형하는 게 묘미다. 수제화 브랜드 '지니킴'은 최근 히트 아이템인 글래디에이터에 구조적인 패턴을 강조하는 '에펠' 라인 제품을 선보였다. 글래디에이터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는 소비자들에게, 한 번 더 디자인의 변형을 가해 지나친 장식을 피한 건축적인 실루엣의 새 느낌을 보여주면서 주목받고 있다.

자신이 디자이너가 된 듯 다양하게 디자인을 변형할 수도 있다. 동대문 제일평화시장의 수제화숍 '비비에 그라니에'의 최종석(27)씨도 "숍엔 400종 가까운 모델이 있지만 같은 디자인이라도 굽 높이 조절과 가죽에 변화를 주는 등 자기 스타일대로 변형해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 매장에 3, 400여종의 다양한 샘플을 갖춘 수제화 가게에서 나만의 구두를 찾는 일도 쉽지는 않다. '슈콤마보니'의 김태니 팀장은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 구체적으로 옷과 액세서리의 매치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며 각 수제화 브랜드의 특성을 파악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소재, 굽 변형 가능

송혜교와 최지우의 단골가게로 알려진 '나무하나'는 굽을 안으로 넣은 낮은 힐로 굽의 외양에 예민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고, '사라스 캐비넷'은 10㎝ 이상의 킬힐과 감각적인 색채로 화려한 구두를 원하는 이들에게 주목받는다. 취향의 섬세한 전쟁터가 된 수제화 시장에서 '내 구두'를 찾아내는 신데렐라가 되기 위해 이 봄, 필요한 건 자신감이다.

구두 용어 사전

⊙ 킬힐(kill heel)

| 최근 유행하는 구두 스타일로 12㎝ 이상의 높은 힐. 하이힐이 7㎝를 지칭했던 것에 비하면 압도적인 높이. 신발을 신는 게 아니라 '올라탄다'고 표현할 만큼, 위험할 정도로 높은 굽 때문에 킬러힐이라고도 한다.

⊙ 글래디에이터(gladiator)

| 가죽끈으로 발등을 감아올리는 스타일. 로마인들이 신었던 샌들에서 따온 이름이다. 히피나 인디언이 된 듯한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 플랫폼(platform)

| 구두 앞부분을 지탱하는 넓고 굵은 통굽을 지칭한다. 최근엔 킬힐처럼 높은 구두 뒷굽과 몸통 사이의 균형을 플랫폼으로 잡아주는 예가 많다. 복고 패션의 유행도 플랫폼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 오픈토(opentoe)

| 계절과 상관없이 신을 수 있는 전천후 아이템으로 앞이 뚫린 구두를 말한다.

글 현시원 기자 qq@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제품 협조 슈콤마보니, 슈즈박

 

2만원대 플랫슈즈에서 최고가 크리스티앙 루부탱까지 대박 수제화 가게 5

트렌드 탐방 프로그램인 < 토크 앤 시티 > (스토리온)는 쇼핑의 최강자들 사이에서도 인정받은 쇼핑 프로그램의 아이콘이다. < 토크 앤 시티 > 가 발견했던 수제화 가게 중 대박난 곳들만 모아 독자들에게 전한다. '더 슈'나 '지니킴' 등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 수제화집은 제외했고 새로운 보물창고를 찾아 뛰었던 < 토크 앤 시티 > 의 서혜승 피디가 조언했다.

1. 제이바니(이태원시장 1층, 794-7750)

엠시 하유미의 단골 가게. 이태원의 장어가방 가게를 찍던 중 하씨가 무척 아끼는 집이라고 말해 즉석에서 촬영을 결정했던 곳(사진)이다. 현장에서 우연하게 6㎜ 카메라로 찍어 3분간 방영됐던 제이바니는 이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대박 수제화집으로 거듭났다. 10만원대 초반. 다양한 맞춤 디자인이 가능하다

2. 제셀반(강남구 신사동 654-3, 3446-5268)

영화배우 이미숙이 뱀가죽 구두를 사간 곳. 운동화같이 편안한 구두를 지향한다. 높은 힐이지만 40대 여성들도 편안함을 느낄 만한 제품이 많다. 뱀피, 송치, 아나콘다 등 특수한 소재의 구두가 눈에 띄고 값은 10만~20만원대다. < 토크 앤 시티 > 방영 이후 홈쇼핑에도 진출했다.

3. 사라스 캐비넷(종로구 팔판동 27-6, 732-0788)

할리우드 스타 세라 제시카 파커의 이름을 딴 가게. 고가의 풍만한 디자인 제품들이 많다. 30만원 이상의 비싼 제품들이 많지만, '구두의 은밀한 매력'을 감상하고 싶은 이에겐 최고의 장소다. 세계 최고가의 구두 브랜드인 크리스티앙 루부탱과 같이 독특한 홍창(빨간 구두 바닥)을 사용한다.

4. 더블유 콘셉트 레드(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내, 565-8477)

< 토크 앤 시티 > 에서 최초 발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가게. 수제화를 직접 만드는 곳은 아니지만 국내외 다양한 수제화를 사기에 적절한 곳이다. 크리스티앙 루부탱이나 < 섹스 앤 시티 > 의 여주인공이 열광했던 마놀로 블라닉 같은 수입 구두를 50%의 값에 살 수 있는 곳이다. 방송 이후에 수입한 제품이 거의 팔려나갈 만큼 문전성시를 이뤘다. 지하 1층에선 '지니킴' 등 우리나라 디자이너의 구두도 5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5. BF솔 플랫슈즈(마포구 서교동 365-24, 336-8725)

'서교동 365번지'라고 불리는 홍대 앞 골목길을 지나다 보면 플랫슈즈가 쇼윈도에 진열돼 있는 2층 신발집이 나온다. 디자이너가 오직 플랫슈즈만을 고집한다. 일주일에 10여가지 정도의 새 디자인이 쏟아져 나온다. 발 모양을 다섯 형태로 나눠 제작하기 때문에 넓은 볼이나 퉁퉁한 등 같은 발 특징에 맞춰 고르기 쉽다. 가죽 대신 합피를 써서, 값은 1만9000원에서 3만원대로 저렴한 편. 주말이면 150종의 신발을 구경하는 손님들로 늘 북적인다.

글 현시원 기자·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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