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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땅의 여신, 딸 잃은 슬픔에 땅을 돌보지 않자 겨울이…

by 진 란 2008. 12. 14.

땅의 여신, 딸 잃은 슬픔에 땅을 돌보지 않자 겨울이…

 

계절의 문턱이 입동을 넘어선 지도 어느덧 한 달 가까이 지났다. 대지는 조용히 숨을 죽이며 움츠러들고, 생명체들은 온기를 찾아 종종걸음을 친다. 모든 자연현상에는 그 기원이 있는 법. 그리스신화에서는 땅의 여신인 데메테르의 슬픔 때문에 겨울이 탄생했노라고 설명한다. 대관절 무슨 사연이기에 온 세상을 얼어붙게 한 것일까.

 

 

데메테르에게는 페르세포네라는 딸이 있었다. 아름다운 용모에 누구에게나 웃음으로 화답하는 상냥하고 해맑은 성품 덕에 숱한 남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저승의 신 하데스가 접근했다. 명계의 왕답게 당당한 풍채와 음울한 분위기를 동시에 뿜어내는 그는 자신과 정반대의 매력을 가진 그녀에게 반한 뒤 데메테르의 눈을 피해 페르세포네를 납치해 버리고 말았다.

딸의 실종을 알아차린 데메테르는 딸의 행방을 수소문해 보았지만, 이미 이승을 떠나버린 딸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제우스를 찾아가 하소연하려 해도, 하데스의 형제이자 페르세포네의 납치를 도왔던 제우스가 그녀를 만나줄 리 만무했다. 자식을 빼앗긴 부모의 심정이 된 데메테르는 그동안 정성을 들여 보살펴 온 대지를 돌볼 수 없었다. 땅을 갈아 씨앗을 뿌려도 싹이 돋지 않았고, 동물들도 식량이 없어 차례차례 죽어나가는 등 세상은 소리없이 멸망하기 시작했다.

결국 제우스는 페르세포네를 데려오도록 명했다. 하데스는 착잡한 마음이었지만, 페르세포네에게 식사를 마치면 지상으로 바래다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식음을 전폐하고 슬퍼하던 그녀는 어머니를 다시 볼 수 있다는 말에 초대에 응하고, 식욕은 없었지만 식탁 위의 석류 네 알을 억지로 삼켰다.

마침내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를 통해 페르세포네와 데메테르는 감격스런 재회의 순간을 맞았다. 그러나 데메테르가 페르세포네를 안고 지상으로 나오려는 순간, 딸의 몸이 다시 저승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자초지종을 들은 뒤, 저승의 음식을 먹었을 경우 그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불문율이 생각난 데메테르는 분노에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화가 나 제우스를 찾아간 그녀는 '딸이 곁에 없다면 대지를 돌보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을 한다. 이에 제우스는 고민 끝에 절충안을 내놓았다. 페르세포네가 먹은 석류알의 수만큼만 저승에서, 나머지 시간은 이승에서 어머니와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데메테르도 이를 받아들였고, 이렇게 일 년 열두 달 중 데메테르가 땅을 돌보지 않는 4개월은 곡식이 자라지 않고 땅의 생기가 사라지는 황량한 겨울이 되었다고 한다.

데메테르의 슬픔 때문일까. 겨울만 되면 몸과 함께 마음도 움츠러들기 쉽다. 이를 일종의 '겨울 우울증(Winter Blues)'이라고 부른다. 원인이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나 일조량이 줄어들면 감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페르세포네가 지상으로 나올 때, 데메테르의 마음과 대지에도 생동감이 움트듯이, 겨울 우울증도 가능하면 자주 외출해 햇볕을 쪼일 기회를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지하에 있던 페르세포네가 귀환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스스로 지상의 햇빛을 만나러 나가 움츠렸던 몸을 움직여 보는 것이 훨씬 건강한 겨울을 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란 것은 분명하다. 어떤 목적이든, 누구와 함께든, 올 겨울은 하늘과 대지를 벗삼아 행복한 추억들을 가득 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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