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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늑대와 춤을 2.

by 진 란 2008. 11. 11.

 늑대와 춤을 2.







누가 그런다







바람이 나를 깨워요
온몸으로 일어나요, 바람이







열두 해 삶을 이제 갓
머리칼 쓸어넘기듯 넘긴
열세 살 난 계집아이가







흥얼거리듯 그런다,
나지막이







바람이 나를 깨워요
그래서 슬퍼요, 바람이







바람이 닿는
그 살가운 애무를







계집아이는 알까
계집아이는 아는 걸까







바람이 분다고
바람이 분다고







누가 그런다


...


봄 같은 날들이 눈을 다 녹여
하마 걸음이 질척일지언정,
여름 같은 해가 길디길어
시골길 구석구석을 쏘다니며
눈도장을 또 곳곳에 찍었다.

그림처럼 고요한 산장엔
잔설 희끗하니 정겹고,
늑대 울음 처연한 진순이는
이제 없다.

더부살이가 힘겨우면
주인 찾아 삼만 리
한달음에 달려올까.


다시 여름,
밤꽃 내음 사그라들고
알알이 푸른 밤송이
가을을 부르는데
비를 부르던 노래, 태풍으로 솎아질까
더는 부르지 않아도 좋을.

바다 저편,
어둠을 잠재우고
포말로 흔들리던 하늘

부스스 일어난다,
글썽이며 일어난다.

그곳에 가자,
그곳으로 가자. /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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