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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장미......

by 진 란 2008. 8. 16.

         

         

        장미의 가시, 언어의 가시   

        허만하 

                

        하나의 이미지를 잉태하기 위하여
        그는 수많은 풍경을 학살한다

        보기 위하여
        송곳으로 한쪽 눈을 찌른 崔北의 살의가 낳은
        혁명처럼 고요한 산수
        멀어버린 눈의 내면에서
        일렁이는 캄캄한 바다

        보기 위하여
        눈동자를 지워버린
        모딜리아니의 눈.

        그의 눈이 보는 것은
        피 흘리는 침묵이다

        시인의 언어는 기대지 않는다
        그의 언어는 수직으로 선다
        중천에 얼어 있는 눈부신 햇살처럼.

        외로움의 절벽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섬.

        폭발하는 여울처럼 부서지는 갈채를
        두 눈으로 들었던
        루드비히 폰 베토벤

        시인은 전율한다
        벙어리 소녀의 눈빛에 잠겨 있는
        호수의 무한한 깊이를 바라보고.

        시인을 찌른 것은 장미의 가사가 아니라
        언어의 가시다
        그의 언어는 짓밟힌다, 꿈에 시달린다, 앓는다,
        그의 눈은 앓는 언어다
        그는 앓는 언어로 본다

        타오르는 장미의 진한 향내를
        쓸쓸한 존재의 원근법을

        과거의 지평선에 떠오르는
        미래의 아침 노을을
        진흙의 눈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