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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불매운동이 불법인가?

by 진 란 2008. 6. 26.

불매운동이 불법인가?

김기창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광고를 실은 기업들을 상대로 광고 중단을 요구하고 불매운동을 펼치는 시민들을 검찰이 수사하도록 법무부 장관이 지시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런 지시를 고분고분 따르는 검찰의 모습은 더더욱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난 정부에서 검찰은 당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 행사에 저항하며 대통령과 '맞장 토론'을 벌인 바 있고, 송두율 교수에 대하여 법무부 장관이 불구속 수사 의견을 표명하였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구속 기소한 적도 있다. 또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불구속 수사하도록 분명한 법적 근거를 토대로 지휘권을 발동하자 검찰총장이 항명성 사퇴를 하면서, 마치 조직원의 위신을 제대로 세워주지 못한 우두머리처럼 행세한 바도 있었다.

그때의 호기롭던 검찰은 이제 간데 없다. 검찰권 독립을 소리 높여 외쳐대며, 검찰의 '기개'를 칭송하던 조·중·동은 갑자기 고분고분해진 검찰을 애정어린 눈길로 보듬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소비자의 불매운동이 과연 위법한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인종차별 정책을 고집하던 시절, 유럽 각국 소비자들은 이 나라와 거래하는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조직적으로 끈질기게 벌였다. 이런 불매운동에 대하여 유럽 각국 검찰당국이 수사를 하겠다거나, 단속을 하겠다고 위협한 적은 없다. 전세계적으로 유아용 분유를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 네슬레에 대하여는 지금도 여러나라의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후진국 영아 사망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분유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물이나 우유병의 청결상태가 나쁘거나, 물을 타서 제조한 우유의 신선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채 아이에게 먹여 생긴 질병 때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모유를 먹었다면 탈없이 자랄 어린 생명이, 분유 때문에 비명횡사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막대한 선전 공세와 병원들과의 결탁을 통하여 체계적으로 분유 수유를 확산시키고, 분유 매출 증대를 꾀해 온 기업의 부도덕성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러한 분유 회사들에 대하여 소비자들이 펼치는 불매 운동을 수사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법당국은 국내, 국외를 막론하고 본 적이 없다.

소비자는 자신의 소비 행태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나아가, 자기 선택의 정당성을 다양한 의사표현
수단을 사용하여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도록 설득할 권리도 있다. 조선 불매운동은 이미 오랫동안 있어 왔다. 그것이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한겨레 > 에 대한 불매운동이 불법이 아니듯이. 조·중·동에 광고를 싣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역시 소비자의 정당한 선택권 행사의 한 모습이다. 담배나 무기 회사에 투자한 기업 혹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하는 화장품 회사에 대한 불매운동 등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자들은 상품 선택을 통하여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실천한다.

윤리적, 정치적 이유로 소비자들이 행하는 상품선택 및 적극적 설득 행위를 수사하고 단속하겠다는 것은 적나라한 정치적 탄압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정부의 검찰이라고 해서 소비자의 선택과 의사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검찰이 공권력을 동원하여 보호하려는 대상이 조·중·동에 광고를 싣는 기업들인지, 아니면 조·중·동 그 자체인지는 불분명하다. 이른바 '프레스 프렌들리'한 정부의 검찰이 아니던가? '비즈니스'와 '프레스' 사이에 끼어 갑자기 범법자 취급을 받게 된 소비자의 모습은 이 정부에서 한없이 초라해진 '시민'의 모습이다.

김기창 고려대 법대 교수
한겨레 | 기사입력 2008.06.22 20:31

 

 

광고주 협박범죄의 重大性

 

동아 조선 중앙일보 광고주에 대한 협박과 상품 불매운동을 일부 누리꾼은 '소비자 운동'이라고 강변한다. 심야에 광고주협회 간부의 집에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붓는 행위가 '소비자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어떤 누리꾼은 검찰이 특별단속에 나서자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저도 잡아가 주세요"라고 자청하는 지경이다.

 

50일이 넘도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주도하고 있는 촛불집회의 뿌리와 상통(相通)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국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들고 나온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당초 '국민건강 지키기'를 명분으로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뒤 추가협상에서 요구사항이 사실상 관철됐음에도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노동운동 단체들과 함께 정권퇴진운동을 끝까지 벌여 나가겠다는 움직임이다. 쇠고기의 안전이 최종 목표가 아님을 명백히 드러낸 것이다.

광고주에 대한 '소비자 운동' 역시 최종 목표는 신문시장을 좌(左)편향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에 있다. 촛불집회 초기에 경찰이 불법시위자들을 연행하자 참가자 일부가 "나도 잡아가라"며 스스로 경찰버스에 오른 것과도 투쟁 양상이 꼭 닮았다.

소비자 운동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또는 품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소비자의 권리를 지키는 활동이다.

3대 신문의 광고기업에 대한 협박은 어느 모로 보나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반(反)소비자 운동일 뿐이다.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 정보를 제공하는 광고행위를 방해하는 것은 소비자의 이익에 어긋난다. 기업은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광고를 할 때 어느 신문을 선택하느냐에 있어서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이때 독자가 많고 공신력과 독자의 구매력이 높은 신문에 광고를 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속하는 당연한 일이다.

또 광고주의 매체 선택은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이다.

일부 누리꾼은 기업을 상대로 3대 신문에 광고를 내지 말라고 위협한다.

그 대신 독자가 훨씬 적고 광고효과도 미약한 일부 좌파 신문에 광고를 내라고 강요한다.

이로 인해 신문광고시장은 실제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광고주의 선택의 자유를 빼앗는 이런 강요와 협박이 소비자 운동일 수는 없다.

지금 인터넷과 전화 속에 숨어 익명으로 벌이고 있는 광고주에 대한 조직적 협박은 단순한 형사범죄가 아니다. 촛불집회의 일부 배후세력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정권퇴진이나 일부 누리꾼이 자행하고 있는 언론재편 운동은 이 나라 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뒤엎으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체제다. 이것이 대한민국과 우리 헌법의 정체성(正體性)이고 지향점이다. 따라서 일부 세력의 빗나간 운동은 헌법에 정면 도전하는 혁명적 발상이다.

시민운동이 합법 정부의 정책 활동과 언론의 정당한 비판기능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변혁을 시도하는 것은 중대한 반사회적 범죄다. 이는 국법(國法)질서와 국가의 변란(變亂)을 꿈꾸는 행위다. 검찰은 광고주 협박 밑에 깔린 이 같은
사회적 성격을 깊이 천착할 필요가 있다. 5·16군사정변과 12·12쿠데타 이후에도 군부세력이 언론의 인위적 재편을 시도했지만 신문 판매부수와 광고시장 점유율까지 바꿀 수는 없었다. 익명의 비열한 광고주 협박을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00
동아일보 | 기사입력 2008.06.22 19:56 | 최종수정 2008.06.23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