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Beckmann 의 오뒤세우스와 칼�소 입니다.
다리보호대도 풀지 못한 채 (챙겨 입긴 했으나 마음만) 집에 가야지 집에 가야지 하며
저러고 있는 모습을 보며 드는 생각이란게..."에혀...남자들이란..." 은 농담이구요.
노신님의 폴뤼페무스 관련 글을 읽다가 생각나서
제가 좋아하는 벡만 작품 중에서 하나 올렸습니다.
그리스 최고의 미녀 헬레네를 사이에 두고 벌어질 뻔 했던 수많은 구혼자들의 분란은 이타카 왕 오딧세우스의 제안에 의해 무난히 해결되었습니다만, 오딧세우스는 결국 이 제안 때문에 원치도 않았던 트로이 전쟁에 참가하게 됩니다. 트로이에서 10년, 그리고 돌아오는 도중 해신 포세이돈의 아들인 외눈 거인 사이클롭스(폴리페모스)를 해친 탓에 노여움을 사서 수많은 바다를 전전하며 10년의 세월을 더 보낸 끝에 마침내 홀로 고향 땅을 밟지요. 그리운 고향에 왔더니 그새 자기 아내를 노리는 무례한 구혼자라는 것들이 자기 왕궁에 식객으로 들어앉아 자기 재산을 낭비하고 자기 가축들을 잡아먹으며 자기 아들을 놀려먹고 있는 기막힌 상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국 클라이막스 부분에 이르면 여신 아테나의 조언과 오딧세우스의 지혜, 그리고 페넬로페의 강단있는 절개가 한데 어울린 마지막 시험이 등장하게 되는데, 바로 유명한 '오딧세우스의 화살'입니다. 오딧세우스만이 다룰 수 있는 활에 시위를 매어 줄지어 선 도끼 사이로 정확히 쏘아넣는 것이 이 시험의 관건입니다만, 얼마전 <우주선장 율리시스>의 내용들을 돌이켜 보다 이 도끼의 배열 방식에 다시한번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 <우주선장 율리시스> 24화 'Strange meeting' 편에서는 31세기의 율리시스가 과거로 가서 자신의 조상(?)인 원조 율리시스를 만나게 되는데, 당연하지만 여기서도 페넬로페의 마지막 시험이 등장합니다. 구혼자들이 '저런 거렁뱅이가 뭘 하겠어?'라는 듯이 자기들끼리 술을 마시며 떠드는 동안 별안간 '둥' 하고 활 시위를 울리는 소리가 들려와 좌중이 얼어붙었던 연출이 꽤 극적이었습니다. 여기서는 도끼를 4중으로 교차시켜 아치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엇갈리게 배치해서 가운데 화살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군요.
'페넬로페가 가져온 양날 도끼는, 그 날이 하나하나가 흡사 은행나무 잎 같지만, 날 부분이 은행나무 잎보다는 훨씬 둥글어 뾰족한 날 끝은 자루에 닿을락말락 했다. 그러자니 둥글게 휜 도끼 등과 자루 사이에는 빈 데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이 빈 데를 이타케 사람들은 <도끼 귀>라고 불렀다. 에우마이오스는 도끼를 한 주로 세워 이 도끼 귀가 한쪽에서 보면 구멍 하나로 보이게 세운 것이다. 첫번째 도끼 귀에서 열두번째 도끼 귀까지의 거리는 60보. 활 한 바탕이 착실히 되는 거리였다.' - 이윤기 <뮈토스>/ 고려원 ![]()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감독의 홀마크 영화 <오딧세이>에서는, 자루가 긴 도끼를 바닥에 세워 자루 끝의 고리를 일렬로 연결합니다. 왕궁을 비운 사이 구혼자들이 차지하고 행패를 부리는 회랑의 구조가 얼핏 보면 원형처럼 보이게끔 세트로 연출했기 때문에, 이런 식의 구도를 선택한 게 아닐까 합니다만, 카메라 앵글을 통해 자루 끝의 고리를 통해 활시위를 당기는 오딧세우스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확실히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극의 클라이막스이자 텔레마코스가 그동안 참았던 모욕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듯이 날것스럽게 이어지는 살육 장면의 카타르시스 바로 전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장면이기도 했죠.
![]() 사토나카 마치코의 <만화 그리스 신화> 8권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여기서는 아예 도끼 자루가 빠진 상태에서, 자루 구멍을 일렬로 맞추어 화살을 쏘게 합니다. 그런데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신화를 보면 '고리'라고만 언급이 되어 있네요. 사토나카 마치코의 그리스 신화도 고증 면에서 굉장히 고민한 흔적이 많이 보이는 책인데, 어디에 근거를 두었을 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시험은 활쏘기였다. 열 두 개의 고리가 일렬로 배열되고, 이 열 두개 전부를 화살로 관통한 사람이 상품으로 왕비를 획득하기로 결정되었다' - 토마스 불핀치/최혁순 옮김<그리스 로마 신화>/ 범우사 ![]()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의 <동화로 읽는 그리스 신화> 22권에 실린 일러스트입니다. 사토나카 마치코의 해석과 동일한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동화로 읽는 그리스 신화>의 경우 그리스 사람인 형제들이 쓰고 그린 책이니만큼 어느정도는 가장 정확한 해석이 아닐까 합니다만, 정작 본문을 살펴보면 그림과는 조금 다른 듯 해서 고민스럽게 만듭니다.
'이제부터 오디세우스의 화살을 가지고 자신을 증명하시고. 만약 당신들 중에 화살을 쏘아서 한 줄로 서 있는 열두 개 도끼 머리 손잡이의 고리를 통과시키면 나는 그를 남편으로 선택하고 그를 따라 사랑하는 내 집에서 떠날 것을 약속하오'-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동화로 읽는 그리스 신화 22: 오디세이 2>/ 파랑새어린이 <일리어드>와 <오딧세이>를 후세 사람들에게 전했던 호머는 어떤 식으로 이 마지막 시험을 묘사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이우일의 <호메로스가 간다>가 계속 출간되어 오딧세이 이야기까지 다루게 된다면 또 어떻게 그려질지도 궁금하구요. 과연 오딧세우스는 어떻게 생긴 과녁을 쏘아 맞추고 사랑하는 아내와 자신의 왕국을 되찾았을까요? 그는 신화 속의 인물이니 어쩌면 페넬로페의 마지막 시험을 상상하는 건 읽는 사람들의 몫일지도 모릅니다. 같은 텍스트를 비주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참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처럼 말이죠. - 오딧세우스는 물론 지명 등은 책에 따라 오디세우스, 오뒤세우스, 오뒤쎄우스 등 여러가지로 표기되고 있는데, 인용문에서는 각각 원 출처의 표기를 따랐습니다. # by EST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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