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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소식

Treats-대접 받느냐 취급 당하느냐 ‘20세기 노라’의 선택은…

by 진 란 2008. 5. 11.

대접 받느냐 취급 당하느냐 ‘20세기 노라’의 선택은…

[서울신문]

산울림 소극장의 해외 문제작시리즈 세 번째 공연인

'트릿'(Treats·6월8일까지)은 '홍상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우유부단하고 이기적이며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남자.

그래서 종내에는 피식, 웃게 만드는 뻔뻔한 남자의 전형 말이다.

어긋나기만 하는 대화에서 남녀는 각자 자신을 변호하기 바쁠 뿐 소통은 불가하다.

드라마보다는 일상적인 대사가 극을 밀어나가는 동력이라는 것도 그렇다.

 

1974년 런던. 앤(김지성)의 아파트. 데이브(최광일)는 들어서자마자 패트릭(서태화)의 코를 강타한다.

남자의 일격에 다른 남자는 쓰러지고 여자의 얼굴은 비참하다.

신문기자 데이브는 자신만만하다.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신문사의 임원인 패트릭은 매일 아침 신발 세 켤레를 가지고 45분을 고민하는 남자. 친절하지만 따분하다.

같은 회사의 통역인 앤은 2년 반동안 데이브와 사귀다 그가 출장간 사이 패트릭을 집에 끌어들인 참이다.

42명의 여자와 바람을 피고 그에게 의견조차 말하지 못하게 했던 데이브와 헤어질 심산이다.

그러나 데이브는 협박하고 회유하고 간청한다. 다시 돌아오게 해달라고.

앤은 20세기판 노라다.

'여성의 자아발견'이라는 파격적인 주제로 1800년대 후반 파문을 일으킨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

19세기판 노라가 남편과 집을 박차고 나갔다면 20세기판 노라는 어떻게 대응할까.

앤은 과연 자신의 의견조차 입 밖에 내지 못했던 남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트릿'을 보는 관객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토탈 이클립스''어톤먼트'로 유명한 원작자 크리스토퍼 햄튼은

20세기의 노라는 여성은 여전히 '대접'이 아니라 '취급'을 받고 있으며

그 자유의 상실은 여성이 기꺼이 '선택'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래서 극의 핵심은 데이브의 말에 있다."내가 그렇게 지독했다면,

왜 나랑 그렇게 오랫동안 지낸 거지?" 앤은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일축한다.

그러나 앤의 말은 일종의 시인이자 체념이다.

그렇게 당하고도 관계를 끊어내지 못한 앤 자신이 스스로를 학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트릿'이 던지는 질문이다.

극은 동선이 작다. 앤의 아파트 안 소파와 책상 등 가구 사이를 오가면서 세 남녀의 치밀한 심리전이 펼쳐진다.

그러나 세련된 대사가 극의 밀도와 통찰력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대사는 다의적인 반면 극의 진행은 평면적이다.

세 남녀의 속에 웅크리고 있어야 할 상처와 애증이 보여지려다 만 듯해 미진함이 남는다.(02)334-5915.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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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 기사입력 2008.05.10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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