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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파란 하늘을 간질이는 분홍빛 꽃잎

by 진 란 2008. 5. 7.

전남 화순군 화학산 정상에 만개한 철쭉군락

서종규 (gamguk)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다 불안하다. 형가처럼 우리는 낯선 상황에 직면해서 불안하고, 죽음과 병 때문에 불안하다. 
모든 현상은 변화와 운동을 내포하고 있으니, 미묘한 파장, 섬광 같은 떨림, 그리고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사람은 불안하다. 
식민지 백성 이태준이 그랬고, 나치즘의 광풍이 일던 1940년대 초반 유럽에 절망하여 자살한 츠바이크도 그런 경우이다. 
신의 품을 외면하고 세상에 홀로서기를 시도한 사람들은 개성과 자유를 얻었다. 
하지만 그들은 거기에 수반되는 고독과 불안도 함께 떠안아야 했다. 
도스토예프스키와 루쉰, 김춘수의 불안은 힘들게 얻은 자유의 대가이고, 또 오늘날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나의 진짜 삼우(三友)는 불안과 불면 그리고 우울이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나무 한 그루 서있는 시골길에 서서 언제 올지 모르는 고도를 기다린다. 
이들은 내일을 담보로 오늘을 버틸 뿐,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다. 두 사람은 끊임없이 지껄이며 고도를 환기한다. 
이들이 계속 말을 하는 이유는 하나, 말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사뮈엘 베케트(1906~89),‘고도를 기다리며’(1952)) 불안하기 때문에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고, 전화를 걸며, 글을 쓴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50년째 발에 맞지 않는 구두를 신고, 언제 올지도, 누구인지도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람은 오늘 우리의 자화상이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다 불안하다. 
모든 현상은 변화와 운동을 내포하고 있으니, 미묘한 파장, 섬광같은 떨림, 그리고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사람은 불안하다. 
그러나 그 불안이야 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징표이다. 
《불안-홀로 선다면그대 불안하리라 그러나 자유로우리라》-〈 이승수 경희대 연구교수 〉

 

-서종규님의 화순 화학산 산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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