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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 그러므로 시작이다

by 진 란 2007. 12. 26.

                                                                끝났다. 그러므로 시작이다

 

 

                                                                                                                오 인 태(시인, 경남작가회의 회장)

 


  끝내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대선은 끝났다. 이제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의 선택의 결과는 오롯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몫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긴 했지만, 당선자는 이 사실만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당선자야말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은 안티세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그의 정치적 기반은 취약하고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선 사상최저의 투표율에다 일찍부터 굳어진 독주체제에 근거하여 호언장담하던 과반득표에도 실패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 유권자 열 명 가운데 여섯 명 정도가 투표에 참여했고 그 절반 쯤, 즉 세 명이 이당선자를 지지한 셈이다. 물론 나머지 일곱 명이 모두 안티라고 볼 수는 없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이명박 당선자에게 표를 던진 사람은 세 명 뿐이라는 것, 이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인가. 지금 대선 뒤끝의 대한민국은 당선자 측과 일부 극성지지자, 그리고 언론을 빼고는 이상하리만치 깊은 침묵에 빠져있다. 아무도 선거결과를 입에 올리려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높아지고 있는 “2위와 사상최대의 표차”라는 강변은 참으로 느닷없고 공허하게 들린다. 앞으로 이당선자는 자신의 득표가 아니라 패배한 2위의 득표를 가지고 정치를 하겠다는 말인가. 정동영 후보의 득표는 그의 성적표이지 이명박 후보의 성적표가 아니다. 그럼에도 ‘대선사상 최저의 투표율’과 ‘과반득표 실패’는 온데간데없고 “2위와 사상최대의 표차”만 말하고 있으니 자만과 보복의 심리가 엿보여 사뭇 불안하다.  

 

  무엇보다 그는 이미 선거과정에서부터 온갖 의혹과 반복되는 말 뒤집기, 그리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희화화되고 있어, 대통령의 권위에 치명상을 입은 채 출발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그는 그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여전히 떨쳐버리지 못한 채, 당선자 신분으로서 유례없이 특검까지 받아야 될 처지다. 벌써부터 특검을 회피하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어 또다시 그의 말의 진정성을 못 믿게 한다.

 

  그는 노대통령보다 더 희화화될지 모른다. 이미 국민들의 머릿속에 그려진 그에 대한 이미지는 ‘신뢰’ ‘도덕성’ ‘권위’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로지 ‘경제적 능력’밖에 없다. 이 또한 확실히 검증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국민들은 선거 즈음에 나온 여러 외신들의 보도대로 ‘윤리’보다는 ‘경제’를 선택했다. 당선자나 국민들이나 오로지 ‘경제’에 ‘올인’한 셈이다. ‘올인’은 도박의 심리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당선자와 국민 모두가 매우 위험한 도박에 나라의 명운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의 도덕적 권위와 말의 신뢰가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지를 다른 나라의 사례뿐만 아니라 가까이 노무현 정권을 통해서도 충분히 학습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당선자는 특검을 회피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특검을 통해서 그에게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해야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 그렇다고 국민들 가운데 대통령 당선자를 당선무효 시켜 재선거를 실시하는 파국적 사태는 아무도 원치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오로지 이 당선자가 능력과 함께 떳떳한 도덕적 권위를 갖추고 임기동안 흔들림 없이 국정을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고, 이당선자도 대통령으로 성공하는 길일 것이기 때문이다.

 

  소위 구‘범여권’도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뜻이 무엇이고, 자신들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느꼈을 터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피의 대가로 얻은 민주화의 결실을 독점하고서도 끝내 국민들을 실망시켜 이렇게 개혁진보세력 전체를 파탄지경으로 몰아넣고서도 처절한 자기반성이 없다면, 구‘범여권’ 또한 국민이나 진보개혁세력에게는 동반자가 아니라 제거해야할 ‘구악’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당장 총선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집권이 5년으로 끝날지, 수십 년 계속될지는 순전히 새 여당과 야당하기에 달렸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명운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명박 당선자에게 마지막으로 간청하고 싶다. 제발 한반도대운하 공약만은 거두어주시라. 이건 다시 정권이 바뀌어도 복구나 수정이 불가능한, 한반도의 대재앙이 될 것이라는 예감에서다.

 

         -진주신문, <사람을 위한 칼럼, 그리고 째림>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