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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칼’로 2007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된 김규나(당시 필명은 류진)씨는 신춘문예 마감(12월10일) 얘기가 나오자 얼굴부터 달아 올랐다.
시인 겸 문학평론가 장석주(1979년 시 부문 당선자)씨가 말을 받았다. “신춘문예의 매력이 원래 강해요.
다시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 ▲ 조선일보 신춘문예 출신 문인들은“손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신나게 쓴 작품이라면 심사위원들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윤설·장석주·김규나씨.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장석주〓연거푸 네 번 고배를 마신 뒤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두고 도서관에 틀어박혔다.
“1년만 내 미래를 위해 투자해보자”는 비장한 각오로 달려들었다. 신춘문예는 그 후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 버렸다.
전에는 오퍼상 직원이었는데 그 후 시인이 됐고, 출판사에서 일했다.
김규나〓열병인 것은 분명하다. 내 인터넷 블로그 방문 횟수가 요즘 부쩍 늘어서 살펴보니 신춘문예에 뜻을 둔 사람들이다.
덕분에 1년 전의 떨림과 새 해 첫날의 황홀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이윤설〓신춘문예는 임신 기간이 12개월인 산모와 같다.
1월에 결과가 나오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엔 내가 주인공이 되겠다”며 새로운 탄생을 준비한다.
김〓심사위원들이나 신문사에 따라 어떤 경향이 있다고들 하는데, 나는 믿지 않았다.
스스로 좋은 작품이라고 확신하고,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손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신나게 썼다면 심사위원들이 알아보지 못할 리 없다.
이〓그래도 센스는 필요하다. 나는 시 7편을 보냈는데, 음식 메뉴 차리듯 시의 순서에 신경을 썼다.
맨 앞장에 가장 자신 있는 시를 배치했고, 마지막 장에는 짧고 상큼한 디저트 같은 시를 덧붙였다.
시를 맛있게 읽는 풀 코스’라고나 할까.(그녀의 당선작은 ‘나무 맛있게 먹는 풀 코스법’이다)
장〓소설이나 평론은 A4 용지 첫 장이 승부를 가른다.
“이래도 당신이 뒷장을 읽지 않을 거냐?”는 패기가 읽혀야 한다.
김〓지난 1년은 신춘문예가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라 과정임을 깨닫는 기간이었다.
당선되고 보니 “앞으로 잘 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더 커졌다.
열기와 부담을 모두 가라앉히고 첫 작품을 쓰는 데 반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세상이 변하면서 신춘문예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가령 요즘 당선자는 네티즌 심사위원이라는 또 다른 관문도 통과해야 한다.
표절같은 거 했다가는 사이버 공간에서 바로 죽는다.
장〓2008년의 첫날의 주인공이 될 사람들에게 미리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신춘문예 당선 후 가만히 앉아 원고청탁을 기다리거나 문단에 연고를 만들기 위해 술자리를 기웃거리지 말아라.
골방에 스스로를 유폐시킨 채 글을 썼던 각오를 되살려 새 작품을 써야 한다.
요즘 신춘문예와 문예지의 등단 효과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좋은 작품을 써서 적극적으로 투고한다면 문예지가 외면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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