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엎드려 큰절을 하고 싶어요.^^*
바람재 꽃님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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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종업식을 하자마자 서울과 파주를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박물관 두 곳을 보고 북쪽으로 올라가니 바로 파주였습니다. 임진강과 한강이 합수하여 서해로 하염없이 흘러가는 곳에 <오두산 전망대>가 있습니다. 전망대 바로 앞에는 철책선이 길게 가로놓여 있었고 강물 너머 북한 마을이 보였습니다. 강물도 홀로 흐르면서 깊어질 즈음 옆 강물과 합수해서 바다로 흘러가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은퇴한 후 갈매기를 벗 삼아 여생을 보냈다던 <반구정> 앞으로도 철책선이 길게 가로놓였고 철책선 너머로 임진강이 말없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통일로를 타고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최북단 <임진각>에서 내렸습니다. 실향민들의 아픔을 달래주러 세운 <망배단> 뒷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느릿느릿 걸어가니 <자유의 다리>가 나왔습니다. 1953년, 한국전쟁 포로 12,773명이 자유를 찾아 돌아온 <자유의 다리>는 오래된 목제 다리입니다. 83m의 짧은 다리를 걸어가면 다리 끝에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도록 벽을 설치했고, 그 벽에는 통일에 대한 뜨거운 염원의 글을 적은 색색의 종이며 천들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습니다. "자기의 아픔이 수많은 아픔의 한 조각임을 깨닫는 겸손함이 우리의 아픔을 견딜 수 있게 하고, 자기의 기쁨이 누군가의 기쁨을 이루어주는 한 부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줍니다." 라는 글이 생각났습니다. <자유의 다리>를 받치는 길다란 목책 사이로 작은 연못이 있습니다. 동그란 수련잎들은 서로를 떠받혀주며 겹겹으로 연못을 덮었고, 수련잎 위로는 백자달항아리같은 하얀 수련이 탐스럽게 피어났습니다. 그 연못과 수련은 우리나라 신화인 <바리데기>에 나오는 서천서역국 동대산에 있다는 생명수이고 환생꽃인지도 모릅니다. 바리데기공주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서역 수만리 길을 걸어갑니다. 버림받은 자가 생명수를 구해 와서 버린 자를 살린다는 이야기는 인류 정신이 지향하는 최고의 경지이지요. 결국 사람을 구하는 것은 총칼이나 냉철한 이성이 아니라 꽃 같은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꽃들이 여기저기 가득히 피어나고 있습니다. 목백일홍나무, 달맞이꽃, 무궁화, 비비추, 달개비, 칡꽃, 나리꽃, 목부용, 연꽃, ... 수많은 꽃들과 더불어 부디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2007년 팔월 초하루 바람재 운영진 드림 누린내풀---정가네님 |
출처 : 바람재 들꽃
글쓴이 : 정가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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