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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권정생선생님 여백에 드시다

by 진 란 2007. 5. 21.

청산도-서편제 촬영지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어머나! 그러니? 정말 그러니?"

강아지동*은 얼마나 기뻤던지

민들레 싹을 힘껏 껴안아 버렸어요.

 

비는 사흘 동안 내렸어요.

강아지동*은 온 몸이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졌어요.......

부서진 채 땅 속으로 스며들어가 민들레 뿌리로 모여들었어요.

줄기를 타고 올라가 꽃봉오리를 맺었어요.

 

- 권정생 글, <강아지동*>에서

 

 

*"동"의 된발음 아시죠! 

<몽실언니>의 작가 권정생 선생님께서 별세하셨습니다.

오래전 딱 한 번 뵈었으나 아직까지 선연한 생전 모습을 그리며

단칸방 한켠에 널려놓은 밥숟가락처럼 냄비처럼 살다 가신 분

때론 마을 할머니들과 드러누워 수다 떠는 게 낙이라 하셨던 그 오두막을 그리며

새삼, 선생님의 글을 찾아 읽었습니다.

 

아,

민들레... 민들레꽃을 만날 때마다

선생님을 그리워할 거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뜨거운발함순례시인님의 추도글-

 

밭 한 뙈기 권정생 사람들은 참 아무 것도 모른다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그걸 모두 '내' 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 것은 없다 하나님도 '내' 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 메뚜기의 것도 된다 밭 한 뙈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 '내' 것이 아니다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아래는 생전에 영혼지기로 지내시던 이오덕 선생 가신 뒤 쓰신 글입니다.
“선생님 가신 곳은 어떤 곳인지, …〈일하는 아이들〉에 나오는 그런 개구쟁이들과 함께 별빛이 반짝이는 하늘 밑 시골집 마당에 둘러앉아 옥수수 까먹으며 얘기 나누시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선생님, 이 담에 우리도 때가 되면 차례차례 선생님이 걸어가신 그 산길 모퉁이로 돌아가서 거기서 다시 뵙겠습니다.” 권정생
서편제-진도 아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