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있는風景

[스크랩] 야생화의 여왕 백작약

by 진 란 2007. 4. 13.

 

 

♧ 다섯 번째 방문에 문을 열어

 

 한라수목원 유리온실에서 백작약 꽃을 본 뒤 몇몇 오름에서 본 백작약이 생각나 언제면 저걸 오름에서 만나보나 하고 기다렸다. 사실 산에서 핀 백작약을 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하늘에 별 따기란 말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보기만 하면 캐어가 버려서, 이제는 깊은 산 속을 뒤지기 전에는 만나기 힘들다. 

 

 아무래도 백작약은 야생화 중의 여왕이라 할 만하다. 그 자태(姿態)도 우아(優雅)하려니와 그 기품(氣稟) 또한 고매(高邁)하다. 그녀의 지아비라 할 수 있는 햇님이 나타나기 전에는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4월 10일 아침 우연한 기회에 이 꽃을 볼 수 있었는데, 쨍하게 비치는 아침 햇살에 우아하게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러나, 아침 조회 때문에 시간이 없어 사진을 찍지 못하고 미뤘다가 오후 모처럼 시간을 내어 가 보았더니, 흐려버린 날씨 때문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뒷날 아침에 가 보았더니,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음부터는 아예 하늘만 살피며 해가 나오기를 기다려 잠시 빤짝하게 비칠 때 가보아도 입은 열리지 않았다. 

 

 이렇게 안달하기를 일주일. 이제 꽃이 아예 저버리는 게 아닌가 하고 아침부터 햇빛이 비치길래 가 보았더니, 이렇게 문을 활짝 열어 기다리고 있었다. 개화 일주일을 넘기다 보니 먼저 피었던 것들은 잎사귀 끝이 동해(凍害)를 입었는지 검은 반점이 생겼고, 15송이 중 북쪽 그늘 아래 있는 3송이만이 깨끗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 꽃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마음속에 박힌 말뚝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꽃이 인간의 눈물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꽃이 인간의 꿈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정호승

 

 

 

♧ 꽃과 나

 

 

꽃이 나를 바라봅니다
나도 꽃을 바라봅니다

 

꽃이 나를 보고 웃음을 띄웁니다
나도 꽃을 보고 웃음을 띄웁니다

 

아침부터 햇살이 눈부십니다

 

꽃은 아마
내가 꽃인 줄 아나봅니다

 

                                     정호승


 

 

 

♧ 사랑
 
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
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
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
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
모든 애인들이 끝끝내 지키는 깨끗한 눈물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날보다
원망하는 날들이 더 많았나니
창 밖에 가난한 등불 하나 내어 걸고
기다림 때문에 그대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대를 기다리나니

 

그대는 결국 침묵을 깨뜨리는 침묵
아무리 걸어가도 끝없는 새벽길
새벽 달빛 위에 앉아 있던 겨울산
작은 나뭇가지 위에 잠들던 바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던 사막의 마지막 별빛
언젠가 내 가슴 속 봄날에 피었던 흰 냉이꽃

 

                                                               정호승

 

 

♬ Sails Of Joy - Govi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메모 :

'♬있는風景' 카테고리의 다른 글

Forever......  (0) 2007.04.14
[스크랩] 제주 특산 - 탐라황기  (0) 2007.04.13
[스크랩] 더디가는 세월이여  (0) 2007.04.12
[스크랩] 목련꽃 그늘아래서  (0) 2007.04.11
Bulat Okudjava - Happy Lot  (0) 2007.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