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노는 숲

11월의 풍경, 하나

진 란 2011. 10. 2. 11:45

11월의 풍경, 하나

 

진란

 

 

 

며칠을 퍼붓던 빗방울들이 멈추었다

목울음에 잠긴 세상의 한 끝에서 다른 끝으로 이어지는

눅눅한 사잇길에서 눈 악무는 아수라 여자

밤새 지나간 흔적 없는 텅 빈 길 위에

지친 몸으로 드러누웠던 은행잎이

도시를 흔들어 깨우는 타이어에 휩쓸려

맨발의 무희처럼 달려가는데

비안개가 피어오르는 흐린 유리창에

당신은 누구시냐고

어디서 쉬었느냐고

젖은 속내 감추어 쓴 편지 한 장

새벽잠 속에 가만히

밀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