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노는 숲
거미줄
진 란
2011. 10. 2. 10:49
거미줄
진란
자주 다니는 푸나무에 집을 지었지
사람들의 발길에 채여 구겨지길래
다시 허공에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여
촘촘하게 끈끈하게 얼기설기 엮었지
파닥거리는 것들, 파닥거릴수록 더욱 수렁에 빠진
함정처럼, 빠져나가려고 수단을 쓸수록 옭아지는
으뭉한 늪처럼, 몇 겹의, 몇 겁의 내 사랑
마침내, 당신과 나를 이 그물에서 걷어낸 손은
더 큰 하늘, 우리가 미처 볼 수 없었던 힘
오늘, 스산한 바람에 벌레 울음만 걸려드는,
온 힘을 다하여 촘촘하고 끈끈하게 짰던 그 그물
홀로 흩어지고 홀로 흩날리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