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風景

봄날은 간다

진 란 2009. 4. 24. 10:57

    어느 초파일날 선운사 대웅전 앞에 놓여 있던 신발을 보았다

    젊은이 신발은 없고 모두 할머니들 것이었다

    저 냄새나는 할머니들의 신발이 우리를 지탱시켜온 것이다


     

    일흔이 되도록 자식들 뒷바라지만 하시는 어머니들의 냄새나는 발,

    우리가 차를 몰고 다니며 잘난 척 머리 노릇을 하고 다닐 때

    이 땅의 어머니들은 바로 그 발로 세상을 붙잡고 계셨던 것이다

    -꽃들에게 길을 묻다 3장, 봄날은 간다 중에서


     

    아름답긴 하지만 금방 져버리는 꽃,

    그래서 받는 순간의 기쁨이 오래가지 않는 꽃

    누구의 봄날은 간다. 또다른 누구는 봄날이 가기에 온다




    단순히 겉모습만이 아닌

    인간의 눈으로 비춰지는 꽃만을 사진으로 담는 것이 아닌

    꽃들에게 말을 걸고 애정을 쏟고 있었다


     

    꽃을 지켜보는 것만도 행복에 겨워 잠시 지친 육신을 내려놓듯이

    태초의 나를 찾아가듯이 말이다


     

    대부분 활짝 피어있는 꽃들의 모습 이였지만

    저자는 꽃이 지는 순간 꽃을 피워 올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까지 다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아름다웠던 날들과

    앞으로 열어갈 아름다운 날을 그려 보며 나아가라는 의미는 아니었을까?

    그래서 꽃들에게 길을 물어 보라고 한계 아니었을까?

     

     


    선운사에서

    최 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어도

    잊는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고창 선운사 동자승들의 휴식

     

    시작과 끝은 결국 같은 곳에 있는 것 같다

    봄산이 아름다우면 가을산도 아름답듯 말이다

    그래서 봄이면 또 봄은 벌써 가고 있는 것이다

     


    머리와 꼬리는 결국 둘이 아니고 하나이기에 족도리 꽃은 피는 것이다;족도리풀꽃

     

    선운사에 비가 내리고 보리수 꽃이 피는데, 그 꽃 봉우리에 맺힌 물방울에 담긴

    대웅전을 보면서 결국 모든 것이 돌고 도는 것임을 실감한다

    -꽃들에게 길을 묻다4장, 뒤에, 간이역이 있다 중에서


     

    길을 쉬이 찾을 리가 없겠지만 분명 활짝 핀 꽃을 보고 있으면

    그 꽃 속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터였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에서부터 깊은 산 혼자 폈다 지는 꽃까지 말이다


     

    꼭 꽃에서만 길을 찾으란 법이 있으랴

    자연 속에서 그 안에서 어우러지며 자연과 좀 더 가까워질 때

    우리는 좀 더 맑은 숨을 쉴 수 있을 것이고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뿌듯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답답하거나 외롭거나 슬플 때 자연에 기대듯이 우리는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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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라만 보아도 무엇을 사랑하는지 알고 말이 없어도 느낌으로 주고 받고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믿는 그런게 사랑이다

    떠나는 사람 위해 웃어줘야하고 슬픔과 눈물에 대해 알게 되고
    떠난뒤의 그리움을 알게해주는 그런건 바로 이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