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는 사랑이다 봄이다
내 삶이 길 위에 있을진대
내가 어느 스승을 찾으랴
길이 내 어버이, 길이 내 스승이매
이 길 위에서 나고 죽어서
길이여 길이여 내 길이여
-고운[화엄경]중
사랑이란 생각의 분량이다
출렁이되 넘치지 않는 생각의 바다
눈부신 생각의 산맥
슬플 때 한없이 깊어지는 생각의 우물
허형만의 <사랑론> 中
외등
김중일
당신은 어느 날 예보도 없이, 가슴속에 두근거리고
있는 램프를 꺼내들고 내게로 와 서, 사랑한다고
말했다.
캄캄한 구름방패 뒤에서 신의 백만대군이, 기관총
하나씩 척 어깨에 걸고 빗방울 총탄을 무자비
하게 퍼붓는, 밤이었다.
당신은 이 비가 시작된 먼 곳에서부터, 아스팔트
위로 이어진 도화선을 따라 물꽃을 튀기며 내 한가운데
로 타닥타닥 타들어오고 있었다. (중략)
-매일경제2007년5월7일
찻잎말리기
전 동진
立夏를 지나고 있습니다.
마음 위로 또 한 마음이 포개지듯
봄날에는 中茶를 냅니다.
다관에 물을 반 넣고 찻잎 띄워 마음 마저 붓습니다.
비 듣는 창가에는
茶 내어 준 빈 잎들이 여러 날 물기를 부리지 못한 채,
“말려서 어디 쓰시게”
사람들 안부도 한 겹 陰鬱로 내립니다.
베갯속으로 쓸 생각입니다.
한 삼년, 그래도 부족하다 싶어 이태쯤 더 모으면,
무명 베갯잇 당신 몸 마냥 부풀기도 할까
뒤척일 때마다 소삭, 소삭 우러나올 이야기들......
오늘처럼 해 질듯 젖은 날들도 벙긋 미소로 몸을 풀고
그 아슴한 봄날과 여름 냇가,
조계산이 이고 있던 흰 눈과 채석강의 노을까지
한 톨씩 한 줌씩 풀려 나와
세월의 아지랑이 흰 머리카락도 타고 올라
봄 햇살로 뛰노리라
그 밤에는 꼬박 당신을 만나리라
봄비가 사흘 째입니다
그만 오후에는 햇살이 들어줘야겠습니다.
남몰래 흘린 눈물이
두뺨에 흐르네...
네게로 향한 생각이
진정한 사랑이요
나홀로 갈구하는
바로 그 사랑일세
진정, 그대의 빛난 사랑 깨달았네.
깊숙이 숨긴 사랑과
남몰래 내는 한숨!...
나홀로 듣는 이 기쁨,
그대의 한숨소리!
나홀로 듣는 내 기쁨이라!
나홀로 듣는 내 기쁨이로다!
다시 없을 기쁨
생각할 때면, 내 가슴뛰네;
아!, 다시 없을 기쁨이여, 내 가슴 뛰네.
-사랑의 묘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