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風景

시월의 멋진 첫날 받은 꽃메일

진 란 2008. 10. 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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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이 눈부신 바람재에 기대어 가을 하늘에 편지를 씁니다.
조고만 가슴에 일렁이는 정한을 들국화에 얹어서 부칩니다.

山形秋更好(산형추경호)  산의 모습은 가을에 더 좋고
江色夜猶明(강색야유명)  강빛은 밤에 더욱 해맑네
                                    甘露寺次韻 / 김부식

2003년 7월 20일에 바람재들꽃카페가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 구미 환경연수원에서 들꽃연수가 있었습니다. 
초대 회장님이신 민들레님이 강사로 나와서 들꽃 연수를 위한 진단 테스트 용지를 돌렸습니다.
지금도 또렷하게 생각나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음에서 꽃이름이 아닌 것은?
① 개불알 ② 큰개불알 ③ 소경불알 ④ 며느리밑씻개 ⑤ 며느리밥풀 ⑥ 며느리배꼽
⑦ 쇠무릎 ⑧ 나도나물 ⑨ 뚱딴지   ⑩ 들국화 "
들꽃에 대한 관심만 있었지 흔한 들꽃 이름도 잘 모르는 내게는 정말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정답은 '나도나물, 들국화'입니다. 우리가 대중가요에서 자주 부르는 '들국화'는 '들에 피는 국화'
를 총칭하는 말이지 들꽃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그 때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늦여름에 피기 시작하는 벌개미취를 시작으로 개미취, 쑥부쟁이, 구절초, 해국, 산국, 감국이 모두 
들국화입니다. 초가을에 피기 시작하는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보면 안도현의 시가 생각납니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무식한 놈 / 안도현

시인의 얼마나 애교 넘치는 타령입니까?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날리는 유쾌한 '똥침(?)'입니다.
바람재에서 공부한 덕으로 이제야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는 가운데 꽃술 같은 통상화가 노란빛이지만 우리가 꽃잎이라고 부르는 가장자리의 
설상화는 색이 다릅니다. 쑥부쟁이는 설상화가 연보랏빛, 구절초는 흰빛입니다. 
색깔만 다른 것이 아니라 잎 모양도 완연히 다릅니다. 쑥부쟁이잎은 화살촉 모양의 피침형이고, 구절
초잎은 달걀 모양으로 윗부분 가장자리는 날개처럼 갈라집니다. 
봄의 빛깔이 노랑이라면 가을의 빛깔은 보랏빛입니다. 
보랏빛 들꽃 중에서도 가을을 대표하는 들꽃은 쑥부쟁이입니다.
쑥부쟁이는 장미나 백합처럼 도드라지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누이같고 여동생같이 소박하고 맑은 운치
가 있습니다. 울릉도 사람들은 울릉도에 자라는 '섬쑥부쟁이'를 '부지깽이나물'이라고 부릅니다. 
아궁이의 땔감을 뒤적이는 부지깽이처럼 요긴한 반찬이 된다는 뜻입니다. 어린 싹을 데쳐서 나물로 
먹기도 하고 말려 달여서 마시거나 생즙을 먹어도 좋다고 합니다.
공주 영평사에는 해마다 구절초 축제가 열립니다. 
주지스님이 야생 구절초를 10여 년 전에 경내 빈터에 심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구절초밭이 절 주변 장
군산에 10,000여 평이나 됩니다. 뜨거운 여름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백조, 거문고, 독수리, 전갈, 헤라
클레스같은 별자리가 가을 바람을 타고 구절초꽃으로 피어난 것입니다. 구절초 축제 기간에는 산사음악
회와 구절초 사진전, 구절초 꽃길을 걷는 명상체험프로그램 등이 열립니다. 구절초차와 간장, 된장, 고
추장도 팝니다. 신도들의 보시에 의존하는 절 살림에서 벗어나 자립하는 절이 되니 꽃은 정서를 순화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큽니다. 
거대한 순백의 구절초 꽃밭에 분홍빛 꽃들도 다문다문 보입니다. 분홍빛을 띠는 것은 서흥구절초라고 
합니다. 특별한 문화재나 멋진 풍광이 아니라 꽃만 잘 가꾸어도 영평사처럼 가고 싶은 곳이 됩니다.
구절초는 처음 필 때는 담홍색이지만 차차 흰색으로 변합니다. 
한약방에서는 줄기와 잎을 말린 것을 부인병에 사용합니다. 구절초꽃을 말려 베개 속에 넣으면 머리칼
이 세지 않고 탈모를 예방하며 잠이 편안하다고 합니다. 
음력 구월 구일에 채취한 것이 약효가 좋다하여 '구절초(九節草)'라는 이름이 붙었다 합니다. 
밝은 달밤 아래서 보석처럼 빛을 내는 구절초는 신선처럼 우아하고 어머니의 사랑이 깃든 식물이라고 
하여 구절초를 '선모초(仙母草)'라고도 부릅니다. 
우리나라 자생식물 중에서 가장 원예가치가 높은 식물이 바로 구절초라고 합니다. 
구절초는 무분별하게 남획되고 번식력이 강한 코스모스에 밀린 탓에 점점 숫자가 줄고 있습니다.
국도변에 흔히 심는 화려한 코스모스, 루드베키아, 노랑코스모스, 목부용은 다 외래종입니다. 
원래 우리나라는 선비의 나라로 화려한 것보다 검박하고 참된 정신적인 격을 높이 샀습니다.
선비의 나라에 어울리는 들꽃이 바로 구절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도변에 구절초를 풍성하게 심으면 그 자체로 가고 싶은 아름다운 길이 될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하늘을 연 달, 시월 상달입니다.
소리 없이 향기를 날리는 들국화처럼 맑고 향기로운 날들 보내시길 빕니다.
                                                        2008년 시월 초하루 바람재 운영진 드림
배초향과 호랑나비--정가네님

낙지다리와 돌콩--민들레님

개미취--어화둥둥님

구절초--주이님

꽃무릇--소핀님

바위떡풀--플레이아데스님

물달개비--愛美님

가시연꽃--가침박달님

개버무리--운곡야화님

바위솔--초록길님

유홍초--째즈님

가는잎향유--둥굴레님

노랑개자리--청로님

산국--늘봄님

물아카시아--산야님

미선나무열매--어진내님

주목열매--까치밥님

세잎승마--하늘타리님

털달개비--하늬바람님

물매화-비단옷님

해국--이누스님

꽃범의꼬리--섬백리향님

벌개미취--모니카님

호박--두루뭉님

리아트리스--기특해라님

수수-개차고사리님

수리취--아마릴리스님

선괴불주머니--파란하늘꿈님

왕고들빼기--하얀은방울꽃님

목화꽃--산으로님

코스모스--백월초당님

고마리--바람불어님

닭의덩굴--라이백님

모감주나무열매--나청님

용천사꽃무릇--디비디비님

송엽국--놀부영감님

투구꽃--스테파노님

각시취--포근이님

궁궁이--해란초님

부추꽃--새미뜰님

빅토리아연꽃--양각꽃비님

자주쓴풀--꽃내님

무릇--네모님

야고--나비&호수님

층층잔대--작은나무님

닭의장풀--달빛매화님

타래난초--솔내음님

만수국--붉은인동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