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風景

퐁네프의 연인들

진 란 2008. 9. 1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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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네프의 연인들 (1991)

Les Amants Du Pont-Neuf The Lovers on The Bridge

 

 

퐁네프의 연인들

퐁네프의 연인들

  • 감독 : 레오 까락스
  • 출연 : 줄리엣 비노쉬, 드니 라방, 

 

절대적으로 상대적인

그대에게 바치는 알렉스의 사랑에 관한 묵시

 

 

그대, 사랑이란 그런 것

사랑하는 것 뿐, 또 다른 무엇이 없는

사랑, 사랑은 사랑일 뿐

 

사랑은 사랑하는 것 뿐

말의 사랑, 몸의 사랑

마음의 사랑, 영혼의 사랑

 

무엇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아닌

그 어떤 조건이 붙거나 조건이 없는 것도 아닌,

사랑은 그런 것.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는,

오늘이 그날, 그대를 사랑하는 날

과거의 집착과 미래의 불안도 없는

오늘은 사랑하는 날, 사랑은 그런 것일 뿐

오늘 사랑하지 못한다면 사랑은 없는 것.

 

사랑은 존재의 선택이 아닌 존재 그 자체

아폴로의 형상과 디오니소스적 행위의 모순을 넘어

올페우스의 합일에 이르는 것

 

오늘은 그대를 사랑하는 날

사랑한다고 하는 것은 그대와 하나가 되는 것,

일체,

 

만물이 해체되어 하나가 되는 것

그대와 나 사라지고 사랑만 남는 것

 

- 몰렉스(에레모스)

 

 

 

 

 

[영화와 논술] 퐁네프의 연인들

물질에 끌려가는 삶에서 벗어나라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은 노숙을 하면서 불우한 삶을 살아가는 소외된 인물들의 원초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프랑스 파리 세느 강을 이어주는 9개의 다리 중 가장 오래 되고 낡은 다리인 퐁네프를 배경으로 노숙자인 두 남녀의 사랑이 충격적으로 펼쳐진다. 프랑스의 천재적인 영상파 감독 레오 까락스가 소외된 인간들의 자폐적인 사랑의 격렬함을 그려 냈다. 그는 '누벨 이마쥬(Nouvelle Image)'의 선두 주자로 미학적이고 역동적인 영상을 표현하고 있다.

알렉스(드니 라방 분)는 거리의 곡예사다. 그와 함께 다리에서 노숙하는 늙은 한스는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방황한다. 어느 날 알렉스의 자리에 미셸(줄리엣 비노쉬 분)이 이불에 비닐까지 덮고 자고 있다. 미셸은 시력을 잃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거리를 헤매는 화가다. 알렉스는 첫 눈에 미셸에게 호감을 갖고, 다리 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미셸은 줄리앙이라는 남자에게 버림 받은 상처로 괴로워하며 알렉스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알렉스는 한스를 찾아가 "잠이 오지 않으니 수면제를 주세요. 미셸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라며 괴로움을 토로한다. 한스는 "여기에 사랑은 없어. 사랑은 바람 부는 다리가 아니라 침대가 필요한 거야" 라고 대꾸한다.

미셸은 "떠나기 전에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보고 싶어요. 눈이 좋지 않아 낮의 형광등 불빛 아래서는 볼 수 없어요"라고 애원한다. 늦은 밤, 미셸과 한스는 박물관에 찾아가 촛불을 들고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감상한다. 잠시후 한스는 캄캄한 박물관 안에서 미셸에게 깊은 포옹을 한다. 그리고 다음 날, 한스는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미셸은 알렉스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알렉스는 지하철역 통로 벽에서 미셸의 가족들이 붙인 포스터를 발견한다. 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나왔으니 집으로 돌아오라는 내용이었다. 포스터의 내용을 보지 못하는 미셸. 알렉스는 미셸을 떠나 보내지 않으려고 포스터를 찢고 불을 붙인다. 그러나 퐁네프로 돌아온 미셸은 낡은 라디오에서 가족들이 자신을 찾는 방송을 듣고 알렉스가 잠든 사이에 떠나버린다. 알렉스는 방화범으로 체포돼 3년 형을 선고 받아 감옥에 수감된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어느 날, 시력을 회복한 미셸이 알렉스를 찾아온다. 두 사람은 알렉스가 출감하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퐁네프 다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퐁네프 다리 위에서 알렉스와 미셸이 해후한다. 알렉스는 미셸을 끌어안고 다리 난간에서 세느 강으로 떨어진다. 아틀란티스로 가는 모래를 운반하는 배에 구조된 미셸과 알렉스는 배의 앞머리에 함께 기대어 있다. 달리는 배와 함께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영화는 끝난다.

■논제: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 소외 현상

'소외'란 인간이 자기 자신을 한 사람의 '이방인'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외를 '인간이 만든 것으로부터 오히려 지배 받는 것'으로 규정한 포이에르바하에 따르면, 소외는 단지 타인으로부터 배척당하거나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개인 스스로가 '자기로부터 소외' 됨으로써 시작된다. 즉 인간다운 자기의 본질을 잃고, 세상의 물질적 가치를 맹목적으로 좇는 삶에서 소외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 소외가 굳어져 사회 전체가 비인간화되며 '효율성'의 신화에 지배당하게 된다. '효율성의 신화'란 곧 인간이 '어떻게?'의 논리만 좇는 데서 비롯된다.

현대 사회를 자기소외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고도의 지식정보화 사회가 펼쳐지고 물질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인간이 서로 고립되고 단절되는 인간 소외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기계문명, 조직의 거대화와 관료제화, 집단관계의 파편화 등 인간의 소외를 부추기는 요소들이 상존하고 있다. 인간 소외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인간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사르트르는 인간이 실존적(實存的) 삶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즉자적 삶에서 대자적 삶으로의 전환과 그 실천이 절실히 필요함을 역설했다. 대자적 삶이란 현실적 자아와 삶을 어떤 이상적인 자아와 세계에 비추어서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인간적 가치관의 회복이다. 인간 소외는 한마디로 '제정신을 차리지 않고 끌려가는 삶'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돈이나 물질이나 기계나 상품의 소비에 넋을 잃고 살아가는 좀비(Zombie)와 같은 삶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전 사회 구성원이 인간적 가치 중심의 사회 구조로 전환시키려는 진지한 노력과 실천을 할 때 비인간적 삶인 인간 소외 현상이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더 생각해볼 거리

①물질문명의 발달은 현대인에게 생활의 편의를 가져다 줬지만, 한편으로는 '인간 소외'라는 사회 현상을 가져 왔다. 현대 사회의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 인간 소외의 원인과 극복 방안을 제시해보자.

②현대의 인간 소외와 여러 가지 중독증(알코올, 도박, 인터넷 등)과의 연관성과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자신의 의견을 말해보자.


[윤문원 칼럼니스트·'49편의 말많은 영화읽기' 저자]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8.05.29 03:41